배 속에 생명이 있은지 22주 5일
이 물고기는 16주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꼬물거리며 배속을 휘젓는다

아, 나는 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데 
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

너를 하루빨리 만나고 싶기도 하지만
이대로 내 배 속에 함께 있어도 좋을 만큼 고양감이 든다

오늘은 처음으로
네가 배 속에서 우당탕 움직여서 새벽 4시 잠에서 깼다 
정말 귀엽다

왜 나는 너를 그토록 두려워 했을까 
너를 10년 전에 만났더라도 분명 사랑에 빠졌을텐데
이 전의 계획과 다짐들은 마치 다른 차원 문을 열고 나온 듯 사라졌다
리셋되어 내 삶이 아주 크게 변화할 것이란 예감이 든다

입덧으로 물 한 모금을 마셔도 구역감에 위액을 토하며 80대 노인 몸을 체험하는 듯했는데 
이젠, 언제 그랬냐는 듯, 시도 때도 없이 허기짐을 느낀다
교수님은 네가 배고플 수 있으니 자주 소량씩 먹어주라 했다

여전히 단백질과 지방질의 냄새는 맡을 수 없지만
비누 냄새나 세제 냄새에 물 냄새 등에 면역이 생겼다
오늘은 좋은 재료를 사와 요리해 너와 함께 먹어야 겠다